새 거래처와 일을 시작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대체로 경험으로 익히게 됩니다. 문제는 그 경험이 대개 한 번 크게 데인 뒤에 생긴다는 점입니다. 아래는 계약 전에 순서대로 밟아볼 만한 점검 항목입니다. 대부분 무료로 몇 분 안에 끝납니다.
1단계 · 사업자등록번호 확인 (필수)
가장 기본이고 가장 중요합니다. 여기서 걸러지는 문제가 의외로 많습니다.
- 번호 형식이 맞는가 — 열 자리 검증번호가 맞지 않으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번호입니다.
- 영업 중인가 — 계속사업자·휴업자·폐업자 중 무엇인지 확인합니다.
- 과세유형이 무엇인가 — 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한 사업자인지 확인합니다.
- 법인인가 개인인가 — 중간 2자리로 판별합니다. 81·86·87·88은 영리법인 본점, 85는 지점, 01~79는 개인 과세사업자입니다.
2단계 · 서류와 실제 정보 대조
상대가 보내준 사업자등록증 사본이 있다면 진위확인을 돌려봅니다. 사업자등록번호·개업일자·대표자성명 세 가지가 국세청 기록과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기능입니다.
- 계약서에 적힌 대표자명이 실제 대표자와 같은가
- 사업자등록증 사본의 개업일자가 맞는가
- 상호가 일치하는가
불일치가 나왔다고 곧바로 위조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. 오래된 사본이라 대표자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. 최신 서류를 요청해 다시 확인하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.
3단계 · 법인이라면 규모와 재무 확인
상대가 공시대상 법인이라면 DART에서 재무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. 금액이 큰 거래나 장기 계약이라면 이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.
- 매출 추세 — 3년치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
- 영업이익 — 본업에서 이익이 나고 있는지
- 자본총계 — 마이너스라면 자본잠식 상태입니다
- 최근 공시 — 합병·분할·영업양도가 진행 중이면 계약 상대가 바뀔 수 있습니다
소규모 비상장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는 DART 대상이 아니라 이 단계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. 그런 경우에는 재무제표를 직접 요청하거나, 신용조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.
4단계 · 계약 조건에서 확인할 것
번호 조회로는 알 수 없지만 계약서 단계에서 짚어야 할 항목입니다.
- 대금 지급 조건 — 선급금 비율이 과도하지 않은지
- 세금계산서 발행 시점 — 언제 어떤 기준으로 발행할지 명시
- 계약 주체 — 법인명·사업자등록번호가 정확히 기재됐는지
- 서명 권한 — 서명하는 사람이 대표자이거나 위임받은 사람인지
- 분쟁 해결 조항 — 관할 법원이나 중재 방식
5단계 · 거래 시작 이후의 정기 점검
한 번 확인했다고 끝이 아닙니다. 거래처 상황은 바뀝니다.
| 시점 | 할 일 |
|---|---|
| 부가가치세 신고 전 | 거래처 목록 전체를 일괄 조회해 폐업자가 섞여 있는지 확인 |
| 대금 지급 전 | 금액이 큰 건이라면 지급 직전에 상태 재확인 |
| 연 1회 | 전체 거래처 정기 점검 |
| 거래 재개 시 | 공백 기간이 길었다면 처음부터 다시 확인 |
확인해도 알 수 없는 것들
공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. 다음은 조회로 알 수 없습니다.
- 실제 자금 사정이나 미지급 이력
- 소송이나 분쟁 진행 상황
- 세금 체납 여부
- 비상장 소규모 법인의 재무 상태
- 대표자 개인의 신용 상태
금액이 크거나 장기 계약이라면 공개 조회만으로는 부족합니다. 신용평가사의 기업신용조사 보고서를 받아보거나, 계약서에 담보·보증 조항을 넣는 등 별도의 안전장치를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.